원초적 세계

출품작가
정아롱
제작년도
2014년
재료
캔버스에 유채
크기
130×162cm
작품설명

최근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써 예술이란, 그리고 회화란 그림을 그리는 원초적 행위 그 제체 속에서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작품의 소재로 채택한 숲은 철학자 하이데거가 예술의 근원에 대해 물었던 에세이집 제목 <숲길>에서 따온 것이며 숲이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는 무수히 많은 나무와 풀, 꽃, 가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려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의 회화적 행위를 보여주기 적합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숲 속에는 누군가가 숲 한 가운데에 놓인 연못을 내려다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미술사에서 많이 등장하는 테마 중에서 나르키소스라는 신화적 인물을 연상시킨다. 캔버스 화면에 밀착해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내가 붓으로 찍어 바르는 색들의 병치, 여러 면과 선들의 얽힘, 겹치고 쌓여가는 물감들의 숨김과 드러남 등과 같은 시각적 현상이 생성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큰 즐거움을 경험한다. 텅 빈 화면에서 시작해 그려져야 될 요소들이 많다는 사실에 압도되지만 같은 그림을 몇 달 동안 매일 마주 대하면서 그것이 서서히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매 순간 실감하면서 불안감은 점차 해소되고 쾌감의 정점을 향해가는 카타르시스는 커져간다. 본 작품 <원초적 세계>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원초적 행위 속에서 얻은 즐거움으로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회화적 행위가 그려져 있다. 내가 그린 자연은 회화적 행위를 보여는 원초적 세계이고 예술의 세계를 표상한다. 그리고 그곳은 일상으로부터는 떨어져 존재하는 마술적이고 신비로운 세계이다. 그곳은 현존하는 자연이지만 일상 속의 장소가 아닌 현실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에 속한 세계의 장소이다. 그곳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이며 신비로운 예술의 세계이자 나의 회화적 행위를 보여주는 원초적 세계이다.